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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도시'서 '문화도시'로 변모 중인 원주 [김지나의 문화로 도시읽기](2020.6.26)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0-06-30 17:38:20 조회수 3


옛 군부대 부지 시민에 개방

활용도 고민은 여전히 진행 중

미군기지는 우리나라에 남겨진 전쟁의 상흔 중 하나다. 여전히 곳곳에서 우리 국토를 점유하고 있는 미군 부대의 자취들을 볼 때면 전쟁이 아직도 현재진행중임을 문득문득 깨닫는다. 그런 한편으로, 하나둘 시민의 공간으로 되돌아오는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어버려야 하는지, 그건 누가 어떻게 결정할 수 있는 건지 혼란스러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원주시 태장동 1191번지 일대에 있었던 미군기지 '캠프롱'의 입구에 설치된 조형물. 지난 6월 19일부터 일주일 간 기지 반환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시민 개방행사 'CAMP 2020'이 열렸다. ⓒ김지나

강원도 원주에도 미군기지가 있었다. 한국전쟁 발발 이후 약 70년의 세월 동안 '캠프롱'이라 불렸던 곳이다. 이 지역을 점령했던 미군은 이미 2010년에 평택으로 떠났지만, 캠프롱은 그저 방치된 채 장장 9년을 보냈다. 그러던 지난해 12월, 미군과 우리 정부의 오랜 갈등에 드디어 마침표가 찍히고 원주시는 캠프롱 부지 10만 평을 돌려받게 된 것이다. 철저히 폐쇄돼 있던 시간만큼 이 공간이 앞으로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 궁금증과 기대감 또한 크다.

그 가능성을 시민들이 직접 확인하는 개방행사가 6월19일부터 일주일 동안 열렸다. 원주시 태장동 1191번지 일대는 캠프롱이란 이름 대신 'CAMP 2020'으로서 시민들을 맞이했다. 넓은 부지 안에는 의무대·교회·수영장·컨벤션센터·버스정류장까지 있어 마치 작은 도시처럼 느껴졌다. 사람만 빠져나갔을 뿐,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들을 돌아보며 여러 가지 드는 생각도 많았다. 여기는 이렇게 활용하면 어떨까, 이런 것들은 없애지 말고 그대로 두면 좋겠다 등등.

원주시 학성동의 옛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청사. 2012년 청사 이전 후 유휴공간으로 남아 있다. ⓒ김지나

'시'에 의해 쓰임새 정해져 온 군부대 부지

군부대가 주둔했던 자리를 반환받아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사례는 드물지 않다. 주한미군이 유독 많았던 의정부시에서는 반환된 공여지에 '광역행정타운'을 조성하는 계획을 세웠고, 그 자리에 경기북부지방경찰청과 의정부준법지원센터가 들어와 있는 상태다. 민간인 통제구역 안에 있는 파주의 캠프 그리브스는 유스호스텔·전시공간·드라마촬영지 등으로 쓰이고 있다. 비단 미군 부대 부지뿐 아니다. 서울 소격동에 있었던 국군기무사령부의 건물과 부지는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서울 금천구의 육군 도하부대와 공군부대 자리는 아파트 단지·공원·행정시설들로 주인이 바뀌었다.

이런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누가 정하는 것일까. '시민에게 돌려준다'고 하면서, 정작 이곳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시민들이 직접 고민할 기회를 제대로 준 적은 별로 없다. 우리는 늘 부지 반환 소식과 함께 '시'에서 어떻게 활용할 계획이라는 기정사실을 통보받는다. 시민들은 군부대 주둔으로 가장 직접적인 고통을 받았고 땅을 돌려받기 위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하지만, 그 땅의 새로운 쓰임새를 결정하는 과정에 얼마나 주체적으로 참여하도록 배려받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캠프롱 개방행사 'CAMP 2020'에서 만국기 형태로 걸려 있는 원주시민들의 사진과 글 ⓒ김지나

'관광객' 아닌, 공간 함께 바꾸는 '파트너'로

원주에서는 캠프롱뿐만 아니라 옛 원주여고, 구 법원건물 등 본래의 기능을 다 한 유휴공간들에 대한 고민이 앞서 이루어지는 중이다. 이런 장소들을 '복합문화커뮤니티센터', '문화체육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뉴스들이 들려오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름과 외관이 거창하다고 해서 그 도시만의 독창적인 무엇이 탄생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원주시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에서는 시민들이 임시로 공간을 다양하게 사용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옛 원주여고의 체육관인 '진달래관'에서는 임시주차장으로 개방된 2017년부터 시민들이 참여하는 전시와 포럼이 개최되고 있다. 이번 캠프롱 개방행사에서도 원주시민들은 단지 관람객이 아닌, 파트너로 참여해 전시의 한 공간을 완성해 보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은 원주의 도시 문화를 바꾸고 창조할 줄 아는 시민들일 것이다.

원주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말 지정한 1차 법정 문화도시다. 캠프롱 부지의 반환과 맞물려, 오랜 세월 이 지역을 옭아매고 있었던 군사도시의 이미지를 조금 벗고 색다른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좋은 전환점을 맞았다. 문화도시란 다 비슷비슷한 이름의 하드웨어로 치장된 도시가 아니라, 스스로 그 도시의 문화를 주도해나갈 수 있는 시민들이 사는 도시를 뜻하는 것이어야 한다. 캠프롱 부지의 반환 소식이 곧 그곳의 미래까지 좌지우지하는 결정은 아니길 바라며, 원주시민들과 함께 고민해나가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길 기대해본다.

김지나 도시문화칼럼니스트 mjooo@sisa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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