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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에서 청년상인으로 살아가기 (2020.10.12)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0-10-13 09:53:00 조회수 3

 





원주에서 청년상인으로 살아가기

터울 없는 공생 플랫폼을 넓혀나가는 것이 궁극적 목표…지역청년 및 소상공인들과 협업을 통해 찐 로컬의 의미와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 모색할 계획


 어느 가을 날, 내 이름 세 글자가 적힌 명함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복잡했던 생각의 조각들을 논리적으로 정리하지도 않은 채 결론을 내렸다. 그만두자. 그렇게 나는 퇴사를 하고 전통시장 한 모퉁이에서 작은 가게를 시작했다.

 청년상인.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봄직한 단어다. 참으로 매력적이지 않은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인플레이션 시대에서 독립적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진취적이며 이상적인 젊은 사업자들.

  조금 있으면 6년차에 접어들지만 나는 아직도 하루하루가 벅차다. 부모님 가업을 물려받거나 타인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것도 아니고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직장에 가면 높은 연봉은 자연스레 따라온다던 성장기 교육환경탓에 자본주의속에 살아가면서도 돈을 터부(Taboo)시 하는 개인성향도 남아있다. 

 하지만 객관적인 시각에서도 자영업자로 살아가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인구 30만이 갓 넘은 지역에 최근 수 개의 신도심상권이 조성되고, 구도심에 대한 소비수요도 꾸준하여 소비력이 집중되지 못한다. 또한, 수도권과 가까운 지리적 위치와 SNS의 발달로 인해 주요 소비층이 트렌드에 민감한 편이다. 부족한 소비인구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외부 관광객 유치가 필수적인데 네임밸류가 도내 다른 도시들에 비해 낮은 편이라 방문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간현관광지에 출렁다리를 만들고 전통시장 시설현대화를 진행 중이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인지 궁금할 뿐이다. 주말마다 많은 관광객들이 유원지를 찾지만 정작 기념품으로 할만한 제품을 손에 들고 떠나는 관광객은 찾기 힘들다. 전통시장도 공중파에 소개된 혹은 맛집검색으로 찾은  매장을 방문하고는 서둘러 갈 길을 떠난다. 사람들로 붐비는 것 같지만 상권은 살아나지 않는다. 소비는 머무름을 전제로 하는데 사람들이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지나갈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로컬의 정의를 그 지역에서 재배되고 가공된 제품으로 제한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지역 사람들이 무심코 즐겨찾는 콘텐츠가 로컬이라 생각한다. 지역기업 제품이 전국 편의점으로 유통되는 상품보다 전통시장의 분식점, 그리고 길을 지나다 보이는 밥집에 우리의 발길이 더 닿지 않는가. 이것이 흔히 말하는 '찐로컬'이며 우리가 발전시켜가야할 로컬문화콘텐츠가 아닐까. 최근 맛집 검색키워드도 '로컬맛집'에서 '현지인맛집'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관광객들은 가공된 것이 아닌 찐로컬을 원하고 있다.

 미로시장에 대한 스토리도 어느새 정체되었다. 오랜 시간동안 방치되어있던 공간을 청년상인들이 새롭게 꾸미기 시작하여 시장에 활기를 불러일으켰지만 대형 화재와 감염병 등 잦은 악재로 인해 탄력을 받지 못했고 지자체 및 타 기관들은 전통시장의 '낡음'에 포커스를 맞추어 그것을 '청산'하려는데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 본다. 간간히 진행되는 행사 컨텐츠도 일회성이 짙다. 유형의 결과물이 사진으로 남기기에 그리고 오래두고 보기에 좋기 마련이니까.

 물리적인 공간, 즉 하드웨어가 재생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인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발전해야한다. 하지만 이것은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적경제조직, 즉 협동조합을 구성하기로 마음먹고 시장의  몇몇 청년상인들과 함께 올해 5월 드디어 '협동조합 터큰'을 설립했다.

 많은 사업자 협동조합은 동일 업종 사업자들로 구성해 공동판매, 공동구매를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협동조합 터큰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조합원들 업종 이외의 콘텐츠와 로컬 이슈를 다루면서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편견없이 그리고 평등하게 피력할 수 있고 그로인해 도출된 새로운 콘텐츠를 사업화하기 위해서는 지역청년소상공인들과의 협업을 필수적으로 거쳐야만 한다.

 즉 조합원만으로는 신규 콘텐츠 사업화가 불가하도록 설정한 것이다. 그로 인해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의 범위는 더욱 넓어졌다. 지역내 소조직을 구성하여 집단이기주의로 변질되는 것이 아닌 터울없는 공생 플랫폼을 넓혀나가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두었다. 청년과 지역이 함께 살아가는 선한 생태계의 넓은(큰) 플랫폼(터)을 뜻하는 말로 '터큰'이라 이름지었다. '협동조합 터큰'은 앞으로도 지역청년 및 소상공인들과 협업을 통해 찐 로컬의 의미와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다.

 어느 방송인이 '젊음을 돈으로 살 수 없다고 하는 어른들이 젊은이들을 돈으로 사려 한다'고 말했다. 살아가기보다 살아남기가 급급한 청년상인들을 수단으로 바라보아서는 안된다. 또한, 지금도 힘든 하루를 버텨내고 있을 모든 청년상인들이 계속 살아남아 원주 찐로컬의 이야기를 이어나가길 소망한다.

 

송창민 협동조합 터큰 이사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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