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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사회적 가치와 문화도시 - 김선애 원주시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 사무국장 (2020.12.07)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0-12-08 13:37:29 조회수 174




 

얼마 전, 30대 워킹맘 A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이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태어나 지금까지 살던 대도시를 떠나 강원도로 이주하는 모험도 그녀에겐 즐거웠고, 가족들의 지지도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를 '이번엔 멈춤'하게 만든 건 어린 딸이었습니다. 엄마라는 이름은 그렇게 꿈을 이룰 기회도 스스로 놓게 만듭니다.

40대 학교 동기 B는 20년째 남자친구와 연애만 하고 있습니다. 결혼을 하고자 했으나 하기 힘든 상황들이 가족들에 의해 생겼고, 어제도 그녀는 함께 사는 엄마와 저녁을 먹기 위해 퇴근길에 마트에 들렀습니다. 딸이라는 이름은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었습니다.

대학 진학을 하면서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20대 사회초년생 C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며칠간 연락이 되지 않아 걱정했는데 14일 자가격리를 했다고 합니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을 때라서 혼자 조용히 보내는 동안 그녀를 먹여살린 건 배달앱이었고, 그녀의 곁을 지킨 건 먹고 남은 플라스틱 용기들이었다고 자조섞인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있습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전형적인 3~4인 가구도 있고, 아픈 엄마를 돌보는 2인 가구도 있고, 오롯이 혼자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 1인 가구도 있습니다. 연령대도 다양하고, 고민의 형태도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필요한 건 '돌봄'입니다. 내가 스스로 누군가를 돌보는 일을 해야만 했기에 A는 경력개발의 기회를 놓아야 했고, B는 사랑의 방식을 바꾸어야 했고, C는 외로움을 느끼고, 경제적 고민이 더 커졌습니다.

물론 이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삶의 방식을 정했고, 개인적인 문제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보자면 A는 여성의 사회활동과 저출산 문제로, B는 고령화와 노인돌봄의 문제로, C는 통계적으로 600만명 이상이 동시에 겪는 문제입니다. '돌봄'을 사회적 가치로 환원해서 들여다보아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문화도시 원주의 도시정체성 의제 6가지 중 하나인 '협동나눔의 도시 원주'의 실천과제 11가지를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돌봄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내용이 저변에 깔려 있습니다. 이는 2016년부터 꾸준히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모아진 의견들이 정리된 내용입니다.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원주시민들 스스로 돌봄문화가 만들어지면 우리가 좀 더 문화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이미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원주는 협동하고 나누며, 서로 돌보는 사회적 가치를 이미 실천하고 있으나, 이 방식이 좀 더 문화적으로 발전되었으면 좋겠다는 시민들의 바람이 있습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돌봄에 결손이 생기면서 상당수 돌봄기능이 가정으로 다시 돌아갔고, 많은 가정에서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문화활동은 커녕 일상 돌봄노동이 가중되면서 삶의 질이 현격히 떨어졌고, 가정불화, 경제적 갈등, 정서적 문제 등 많은 사회적 문제가 야기되었습니다. 이것이 문화도시가 '돌봄의 사회적 가치'에 주목하고, '돌봄의 문화적 방식'을 어떻게 발전시켜가야 할지 고민하는 이유입니다.

지난 7월, 시민 500명에게 서로의 안부를 묻는 시민문화툴킷 형태의 작은 놀이 '요즘 어때?'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의 감정과 안부를 나누는 공유전시까지 진행을 하며 좋은 호응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정말 안부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요즘 어때?'라고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온라인으로 접속할 수 있고, 행사정보를 알고, 선착순으로 빨리 신청해야지만 가능했기에 신청해 줄 어른이 없는 어린이나 정보사각지대에 있는 시민들은 이 프로젝트에서 소외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아차 싶었습니다.

10월에 진행된 그림책놀이보따리 배포에는 돌봄이 필요한 어린이 500명도 명단을 확보하여 별도로 배포를 하고, 동네 문화공간을 배포처로 하면서 동네 커뮤니티까지 염두에 두었지만 이 방식이 '한명 한명 소외됨없이 스스로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모두를 위한 문화도시'로서 맞는 방식인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렇듯 우리가 지금까지 무심히 진행하던 방식도 다시 점검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된 우리의 삶을 면밀히 살펴보고,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방식에 변화를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선애 원주시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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